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유산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때 가전부터 금융, 미디어, 에너지까지 모든 것을 다루던 방만한 '공룡'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군살을 모두 걷어내고 오직 항공우주(Aerospace) 산업에 집중하는 날렵하고 강력한 '제트기'만이 남았습니다. 최근 GE의 주가 움직임은 이러한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단순히 기업 구조의 변화를 넘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거래일에서 GE는 3.95%라는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대형 우량주가 하루에 4% 가까이 급등했다는 것은 단순한 뉴스에 의한 반짝 상승이라기보다는, 기관을 포함한 메이저 투자 주체들의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되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급등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과열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GE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55.0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RSI가 70을 넘어서면 '과매수' 구간으로 보아 단기 조정을 우려하고, 30 이하면 '과매도'로 보아 기술적 반등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주가가 4% 가까이 올랐음에도 RSI가 55 수준이라는 것은,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히 남아있으며 현재의 주가 상승이 매우 건전한 수급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마치 비행기가 이륙 후 안정적인 고도 상승을 위해 엔진 출력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엔진 과열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과 같습니다.
데이터 분석 점수 62점 역시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합니다. 이는 시장의 평균을 상회하는 점수로, 폭발적인 투기 심리가 아닌 펀더멘털에 기반한 꾸준한 우상향 추세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동평균선이나 MACD 같은 추세 지표들이 혼재된 상황에서도, 가격 그 자체가 보여주는 강한 양봉과 안정적인 보조지표의 조합은 '매수 후 보유(Buy & Hold)' 전략이 유효한 구간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차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차트는 투자자들에게 "과거의 낡은 GE를 잊고, 새로운 성장주로서의 GE를 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거인을 다시 춤추게 만들고 있을까요? 핵심은 '선택과 집중'의 성공입니다. 헬스케어 부문과 에너지 부문(GE 버노바)을 분사시킨 후, 현재의 GE는 사실상 'GE 에어로스페이스'라는 항공 엔진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여행 수요 폭발로 항공기 주문이 쇄도하고 있고, 보잉과 에어버스 양대 항공기 제작사에 없어서는 안 될 엔진을 공급하는 GE의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특히 항공 엔진 사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수십 년간 이어지는 유지보수 및 부품 교체 서비스에서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제 GE를 복잡한 복합기업(Conglomerate)이 아닌, 항공우주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입는 '퓨어 플레이어(Pure Player)'로 인식하며 밸류에이션을 재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자로서 냉정하게 고려해야 할 리스크 요인도 분명 존재합니다. 가장 큰 변수는 공급망(Supply Chain) 문제입니다. 항공기 엔진은 수만 개의 부품이 정밀하게 조립되어야 하는데, 티타늄 등 원자재 수급 불안이나 협력 업체의 부품 납기 지연은 GE의 생산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또한 주요 고객사인 보잉이 겪고 있는 품질 이슈 및 생산 지연 문제가 GE의 엔진 인도 스케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GE 엔진의 높은 시장 점유율과 교체 불가능한 기술적 해자(Moat)를 고려할 때, 이는 구조적인 위기라기보다는 단기적인 병목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GE를 바라보는 관점은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넘어 '구조적 성장'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3.95%의 주가 급등은 새로운 비상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으며, RSI 55.09라는 수치는 지금 탑승해도 늦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입니다. 과거 배당주로서의 매력만 찾던 투자자라면, 이제는 성장주로서의 면모를 갖춘 GE의 포트폴리오 편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글로벌 항공 산업의 회복과 함께 고도 비행을 시작한 GE의 긴 호흡에 동참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전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