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겨울이 길어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지금,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금 ‘기술력’과 ‘실사용 사례’라는 본질적인 가치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솔라나 킬러’라는 별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레이어1 블록체인, 앱토스(Aptos)입니다. 페이스북(메타) 출신 개발진이 주축이 되어 탄생한 이 프로젝트는 출시 초기부터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의 흐름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말, 현재 앱토스가 처한 상황을 기술적 지표와 시장 데이터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차트가 말해주는 기술적 신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앱토스의 상대강도지수(RSI, 14일 기준)는 39.7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에서 RSI가 30 이하면 과매도, 70 이상이면 과매수 구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재의 수치인 39.72는 시장의 관심이 차갑게 식어 매도세가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과매도’ 영역에 근접해 있어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위치임을 시사합니다. 즉, 추가 하락의 공포보다는 저점 매수를 노리는 스마트 머니가 유입될 수 있는 매력적인 가격대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분석 점수가 60점으로 ‘중립’ 혹은 ‘보유(Hold)’ 의견에 가까운 것 역시, 지금 당장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시장의 방향성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3.11%의 변동률을 보이며 바닥을 다지는 듯한 움직임은 이러한 관망 심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앱토스는 꽤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성장세입니다. 지난 12월 25일 기준, 앱토스 네트워크 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8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연초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코인 가격을 투기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넘어 앱토스 생태계 내에서 실제 자산이 활발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블록체인의 가치가 결국 네트워크의 활성도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강력한 호재입니다. 또한, 최근 제안된 양자 내성 서명 도입과 12월 10일 적용된 HTTP/2 지원은 앱토스가 기술적 진보를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래의 보안 위협에 미리 대비하고 네트워크 연결 효율을 개선하는 이러한 행보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입니다. 앱토스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그리고 현재 가격을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토큰 언락(Unlock)’ 이슈입니다. 앱토스는 구조적으로 초기 투자자와 재단, 기여자들에게 배정된 물량이 정기적으로 시장에 풀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지난 12월 11일 전체 공급량의 약 1%에 해당하는 1,131만 APT가 락업 해제되면서 가격이 7% 가량 하락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는 12월 19일에도 1,610만 APT가 추가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며, 이러한 정기적인 물량 공급은 2026년 10월까지 매달 이어질 전망입니다. 현재 유통 물량이 전체의 63% 수준이고 나머지 37%가 잠겨 있다는 점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가격 상승이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시장에 물건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 가격은 오르기 힘든 것이 경제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환경 또한 녹록지 않습니다.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대장주들조차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알트코인인 앱토스가 독자적인 상승 랠리를 펼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1.56달러에서 1.66달러 사이를 오가는 가격 흐름은 이러한 시장의 약세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은 시장 침체 속에서도 거래량이 전주 대비 35%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와중에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누군가 이 가격대에서 물량을 모아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현재의 앱토스는 ‘확실한 생태계 성장’과 ‘구조적 공급 과잉’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힘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대와 기술적 우위는 앱토스가 솔라나를 위협할 잠재력이 충분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매달 쏟아지는 언락 물량은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현재의 낮은 RSI 수치만 보고 섣불리 진입하기보다는, 언락 일정을 캘린더에 체크하며 변동성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기 트레이더라면 언락 전후의 가격 급락을 이용한 기술적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장기 투자자라면, 앱토스 생태계의 스테이블코인 점유율이 계속해서 늘어나는지, 그리고 그 수요가 매달 풀리는 공급 물량을 소화해낼 만큼 강력한지를 확인하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지금 앱토스는 저렴해 보이지만, 그 저렴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술적 반등의 기회를 엿보되, 물량 부담이라는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냉철하게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