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우리는 종종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프로젝트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이 화폐의 혁명을, 이더리움이 스마트 컨트랙트의 장을 열었다면, 스팀(STEEM)은 '블록체인과 소셜 미디어의 결합'이라는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가장 먼저 시장에 던진 프로젝트였습니다. 글을 쓰면 코인을 준다는 직관적인 보상 체계는 당시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스팀은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다소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약 100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스팀은 과연 저평가된 기회의 땅일까요, 아니면 서서히 잊혀가는 구시대의 유산일까요? 오늘은 화려한 뉴스 헤드라인 대신, 차트가 말해주는 정직한 숫자들을 통해 스팀의 현재 위치를 냉철하게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지표는 바로 상대강도지수(RSI)입니다. 현재 스팀의 14일 기준 RSI는 44.74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에서 RSI는 과매수와 과매도를 판단하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70 이상이면 과열, 30 이하면 침체로 해석합니다. 그렇다면 44.74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짙은 관망세'이자 '중립 지대'입니다. 매수 세력이 시장을 장악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패닉 셀(공포 매도)이 쏟아지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는 마치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일 수도 있고, 혹은 시장의 무관심이 지속되는 지루한 횡보장의 연장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구간은 섣불리 방향을 예단하기보다는, 어느 쪽으로 균형이 무너지는지를 확인하고 진입해도 늦지 않은 소위 '확인 매매' 구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AI 및 종합 분석 점수가 40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100점 만점에 40점이라는 점수는 냉정하게 말해 '매력도가 다소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시장의 수급, 모멘텀, 기술적 패턴 등을 종합했을 때 현재 스팀은 주도적인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강세장에서는 이러한 점수가 60점 이상을 상회하며 매수 심리를 자극하지만, 40점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현재 시장의 자금이 스팀이 아닌 다른 테마—예를 들어 AI 코인이나 RWA(실물연계자산) 등—로 쏠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스팀 자체의 악재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의 트렌드에서 잠시 소외되어 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변동률이 **5.06%**를 기록했다는 점은 여전히 이 자산이 '살아있음'을 증명합니다. 거래량이 완전히 말라붙은 사장된 코인들의 경우 변동성 자체가 0에 수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5%대의 변동성은 저가 매수를 노리는 세력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매도 세력 간의 손바뀜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현재 가격대인 100원은 심리적으로 매우 강력한 지지선이자 저항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전주(Penny Stock)의 특성상 100원이라는 라운드 피겨(Round Figure)는 투자자들에게 '싸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며, 기술적 반등이 일어날 때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스팀이 가진 근본적인 성격을 다시 상기해야 합니다. 스팀은 커뮤니티 기반의 코인입니다. 최근 검색 결과에서 스팀에 대한 뚜렷한 대형 호재나 뉴스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양날의 검입니다. 뉴스가 없다는 것은 단기적인 급등을 이끌어낼 재료가 부재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악재 또한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에서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것은, 향후 'Web 3.0 소셜 미디어'나 '보상형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다시 환기될 때 스팀이 가장 먼저 반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장은 돌고 돕니다. 밈(Meme) 코인의 광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금 실질적인 유틸리티가 있는 프로젝트로 자금이 순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투자 전략적 관점에서 스팀을 바라볼 때, 지금은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분할 매집' 혹은 '관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RSI가 40 중반에서 50을 뚫고 올라가는 시점, 혹은 거래량이 평소 대비 2~3배 이상 터지면서 양봉을 그리는 시점이 진정한 추세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가격대는 하방 경직성(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이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거시 경제 상황이 흔들릴 경우 100원 지지선이 무너질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따라서 스팀에 투자를 고려한다면,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하거나, 확실한 모멘텀이 발생할 때까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팀은 현재 '잊혀진 거인'처럼 보입니다. 기술적 지표들은 과열도 침체도 아닌 중립을 가리키고 있고, 시장의 관심은 다른 곳을 향해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 대중의 관심이 멀어졌을 때가 오히려 기회였던 적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거래량과 가격이 보여주는 시그널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스팀이 다시금 블록체인 소셜 미디어의 제왕으로 귀환할지, 아니면 이대로 박스권에 갇혀 있을지는 결국 커뮤니티의 활성화와 새로운 개발 로드맵의 가시화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차트의 44.74라는 숫자가 50을 넘어 60을 향해가는 그 변곡점을 예의주시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의 정답은 언제나 남들이 보지 않는 조용한 곳에 숨어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