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AI 칩'에서 '전력'으로 옮겨붙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AI라는 거대한 두뇌를 만든다면, 그 두뇌를 깨우고 유지하는 혈액은 바로 전력입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에너지 전환의 파도 중심에 비스트라(Vistra Corp., 티커: VST)가 서 있습니다. 과거 지루하고 방어적인 투자처로만 여겨지던 유틸리티 섹터가 AI 데이터센터라는 전례 없는 수요를 만나며 성장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비스트라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전력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입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시장을 뒤흔든 메타(Meta)와의 파트너십입니다. 비스트라는 메타와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며 무려 2,600M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전력을 공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공급 계약이 아닌 이유는 '무탄소'와 '24시간 가동(Baseload)'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 때문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하지만, 데이터센터는 1초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에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인 셈입니다. 이 뉴스로 인해 주가가 급등한 것은 시장이 비스트라가 보유한 원전 자산의 희소 가치를 재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비스트라는 코젠트릭스 에너지(Cogentrix Energy)를 약 40억 달러 이상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얼핏 보면 "탄소 중립 시대에 웬 가스 발전소 인수냐"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AI 시대의 현실적인 전력 수급 불균형을 정확히 꿰뚫은 전략입니다. 신재생 에너지가 100% 자리를 잡기 전까지, 혹은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기 전까지의 긴 과도기 동안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효율 높은 가스 발전입니다. 5,500MW 규모의 현대식 가스 발전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비스트라는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피크 타임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즉, 원자력으로 '기저 부하'를 담당하고, 가스 발전으로 '피크 부하'를 방어하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기술적 분석 지표들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현재 비스트라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50.6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상 RSI가 70을 넘으면 과매수, 30 아래면 과매도로 판단하는데, 50이라는 수치는 정확히 중립 지대, 즉 '균형'을 의미합니다. 최근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RSI가 과열권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승 에너지가 아직 소진되지 않았거나 혹은 시장이 추가적인 모멘텀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분석 점수가 40점으로 다소 낮게 나타난 것은 최근의 뉴스 플로우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매우 컸음을 시사합니다. 대형 M&A와 계약 공시로 인해 주가가 위아래로 출렁이는 구간이므로,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냉정한 밸류에이션 점검이 필요합니다. 현재 비스트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약 19.7배 수준으로, 전통적인 유틸리티 기업들의 평균(약 16~17배)을 상회합니다. 시장은 이미 비스트라를 단순 유틸리티가 아닌 'AI 인프라 성장주'로 대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행인 점은 성장성을 감안한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이 약 1.69배로 섹터 평균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의 프리미엄이 비싸 보일 수 있어도, 향후 예상되는 이익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일 수 있다는 논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리스크 요인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부채'와 '실적의 질'입니다. 코젠트릭스 인수는 전략적으로 훌륭하지만,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재무적 부담(레버리지)을 높입니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환경에서 이자 비용 증가는 순이익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EPS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는 점은 경영진이 제시한 시너지 효과가 실제 숫자로 찍히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2027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EPS 성장 기여가 예상된다는 경영진의 가이던스는, 당장의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보다는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기다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비스트라는 지금 '유틸리티 2.0'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선봉장입니다. 메타와의 계약은 시작일 뿐, 향후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의 추가적인 PPA 체결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다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고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비스트라를 단순한 배당주로 접근하기보다는, AI 산업의 확장에 필수적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의 RSI 중립 구간은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으나, 높은 부채 비율과 실적 변동성을 감안하여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력은 AI 시대의 쌀이고, 비스트라는 그 쌀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농부임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