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몰아치던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금 햇살이 비치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비트코인이 7만 달러 고지를 재탈환하며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를 '극단적 공포'에서 '희망'으로 돌려놓고 있는 지금, 우리는 화려한 급등주 뒤에 가려진 '실속 있는 거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트론(TRX)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밈(Meme) 코인이나 새로운 레이어1 프로젝트의 기술적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길 때, 트론은 묵묵히 블록체인 생태계의 혈관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해왔습니다. 오늘은 금융 칼럼니스트의 시각에서 트론이 현재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그리고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먼저 트론의 현재 가격 흐름과 기술적 지표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트론의 상대강도지수(RSI)는 14일 기준 38.1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에서 RSI는 자산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신뢰도 높은 지표 중 하나입니다. 통상적으로 70 이상을 과매수, 30 이하를 과매도로 판단하는데, 38.11이라는 수치는 트론이 현재 시장의 관심에서 다소 비껴나 있거나, 적정 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진입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 모두가 매수를 외칠 때가 아니라, 차분히 열기가 식어있는 지금과 같은 구간이 가치 투자의 관점에서는 더욱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AI 분석 점수가 65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것을 넘어, 트론이 가진 내재적 가치와 모멘텀이 여전히 '매수' 우위의 건전한 상태임을 방증합니다. 최근 2.26%의 변동률을 보이며 시장 반등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은, 바닥을 다지고 상승 추세로 전환하려는 초입 단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론의 펀더멘털을 지지하는 실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스테이블코인 리테일 붐입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트론 네트워크의 활성 지갑 수는 570만 개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일일 트랜잭션 역시 1,260만 건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와 같은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트론만의 해자(Moat)입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B2B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113% 증가하며 6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현시점에서, 트론은 가장 빠르고 저렴한 '디지털 달러'의 이동 경로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사용자들에게 트론 기반의 테더(USDT)는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결제 수단입니다. 비트와이즈와 같은 기관들이 트론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지배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적 우월함을 주장하는 프로젝트는 많지만, 트론처럼 실생활에서 압도적인 사용량을 증명하는 프로젝트는 드뭅니다.
최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가장 큰 뉴스는 단연 저스틴 선과 SEC 간의 소송 무기한 중단 소식입니다. 그동안 트론의 발목을 잡아왔던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 불확실성'이었습니다.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와 관련된 소송이 중단되었다는 것은, 트론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트론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입니다. 물론 저스틴 선 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중앙화 이슈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적어도 규제 당국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현재 가격인 0.283달러 선은 이러한 호재가 아직 완전히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구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솔라나와 같은 고성능 블록체인이 결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이더리움의 레이어2 솔루션들이 수수료를 낮추며 트론의 저비용 우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론은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 효과와 사용자 습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플랫폼보다, '이미 익숙하고 널리 쓰이는'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낸센(Nansen)의 분석처럼 홍보 없이도 강한 트랜잭션 처리량을 보여주는 것은 트론 생태계가 이미 자생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트론은 '저평가된 유틸리티 제국'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상 과매도 구간에 근접한 RSI는 가격 매력도를 높여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활성 지갑 수와 트랜잭션 증가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공포를 딛고 다시금 상승장을 모색하는 지금, 화려한 급등락을 쫓기보다 실질적인 사용처와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에 관심을 가진다면 트론은 포트폴리오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경쟁 플랫폼들의 추격과 규제 환경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변수입니다.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스테이블코인 경제의 확장과 함께 성장하는 인프라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