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테마가 존재합니다. 과거 인터넷 혁명이 그랬고, 모바일 혁명이 그랬듯이,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최첨단 기술의 발전이 굴뚝 산업의 대표 주자였던 중공업 기업을 다시금 무대 중앙으로 호출하고 있습니다. 바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이 기업의 주가는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수주 성과와 거대한 산업적 변화를 등에 업고 52주 신고가를 넘보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단순한 테마주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거듭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현재와 미래를 금융 칼럼니스트의 시각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기술적 분석 지표들을 살펴보며 현재 주가의 '온도'를 진단해 보겠습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59.0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RSI가 30 이하면 과매도, 70 이상이면 과매수 구간으로 해석하는데, 59.05라는 수치는 상승 모멘텀이 살아있으면서도 아직 과열권에는 진입하지 않은, 이른바 '기분 좋은 상승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합니다. 최근 주가가 1.26% 상승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급격한 투기적 급등보다는 추세적인 우상향을 그리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만, 종합 분석 점수가 40점으로 나타난 것은 맹목적인 낙관보다는 펀더멘털에 기반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함을 암시합니다. 즉, 기술적으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히 열려 있으나, 이것이 실질적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지금 두산에너빌리티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전력 굶주림'에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발전원이 필수적인데, 여기서 원자력과 가스터빈이 핵심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신한투자증권을 필두로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12만 원대에서 최대 15만 7천 원까지 상향 조정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특히 지난주 주가가 8% 넘게 상승하며 10만 원 돌파를 목전에 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단기적인 호재가 아닌 구조적인 성장 국면(Structural Growth)에 진입했다는 글로벌 자금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 동향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 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포트폴리오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와 같습니다. 이른바 '원전 팀코리아'의 핵심 일원으로서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의 성과에 이어 튀니지, 베트남 등지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히 미래의 기대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확인된 에너빌리티 부문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107% 급증한 14조 7,3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수주잔고는 무려 23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향후 몇 년간의 먹거리가 이미 확보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건설업이나 중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실적 가시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의 비상전원 및 기저부하용으로 가스터빈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점도 두산에너빌리티에게는 또 다른 날개가 되고 있습니다.
2026년 가이던스를 살펴보면 회사의 자신감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에너빌리티 부문에서만 매출 7조 원 이상, 영업이익 약 4,000억 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수익성 원전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이익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합니다. 더불어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조 현장의 스마트 팩토리화와 로봇 솔루션의 결합은 단순한 에너지 기업을 넘어 첨단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의 재평가(Re-rating)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 이면에 도사린 리스크와 투자 시 유의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분석 점수 40점은 재무적 건전성이나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경계심을 일부 반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대규모 수주 산업의 특성상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환율,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합니다. 또한 최근 주가가 52주 신고가 영역에 근접해 있는 만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경우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입니다. 현재 주가 대비 증권가 목표주가 괴리율이 60% 이상 벌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승 여력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장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져 있어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양날의 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한국 주식 시장에서 '확실한 숫자'와 '강력한 서사'를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종목입니다. AI 시대의 도래가 역설적으로 전통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단순한 발전 설비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안보의 핵심 플레이어로 격상되었습니다.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와 수주잔고의 증가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전력 수요의 구조적 증가와 원전 생태계의 부활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실현해 나가는지 긴 호흡으로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을 넘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성장을 향해 닻을 올렸습니다.